詩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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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날 - 이재무
볕 좋은 날 - 이재무 볕 좋은 날 사랑하는 이의 발톱을 깎아 주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부은 발등을 부드럽게 매만져 주리 갈퀴처럼 거칠어진 발톱을 알뜰, 살뜰하게 깎다가 뜨락에 내리는 햇살에 잠깐 잠시 눈을 주리 발톱을 깎는 동안 말은 아끼리 눈 들어 그대 이마의 그늘을 그윽하게 바라보리 볕 좋은 날 사랑하는 이의 근심을 깎아 주리 볕 좋은 날 by Agnesh 어린 시절 엄마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잠이 들 때면 따사로이 내려오던 한 줌의 볕이 있었다 햇살 아래 잠이 든 아이의 모습을 보며 엄마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노동에 지쳐 돌아올 남편의 처진 어깨 공부에 지쳐 돌아올 자식들의 허기진 마음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볕 좋은 날 가족 생각은 접어두고 마당에 피어있는 동백꽃 보며 어여쁜 미소 짓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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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 이병률
꽃비 - 이병률 작은 새가 와서 벚나무에 앉더니 벚꽃을 하나씩 따서 똑똑 아래로 떨어뜨리네 새가 목을 틀어가며 꽃들을 따서 떨어뜨리고 눈물 떨어지는 속도로 뚝뚝 떨어뜨리는 것은 그 나무 밑에 사랑을 잃은 누가 하염없이 앉아 있어서겠지 이병률 작가의 시를 읽는다. 꽃비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슬픔과 기쁨의 교집합 같은 단어이다. 꽃나무 위로 비가 내린다. 후드득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옛사랑을 추억한다. 나도 한때는 어여쁜 사람 만나 사랑을 꽃피웠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지나간 사랑이 그리워진다. 꽃비 by Agnesh 꽃이 비가 되어 내린다 하염없이 내린다 꽃 진자리에 사랑이 맺힌다 사랑이 꽃 되어 흐른다 붉게 물든 꽃잎 위로 눈물 같은 그리움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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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힘을 얻으랴 - 정현종
마음 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다. 어여쁜 봄내음이 맑은 마음 되어 일어난다. 어여쁜 꽃향기가 맑은 마음 되어 피어난다. 어여쁜 것은 봄내음만이 아니다. 어여쁜 것은 꽃향기만이 아니다. 마음으로 오고 가는 모든 것이 어여쁜 것이다. 마음 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다. 하늘은 높고 대지는 푸르다. 내 안에 앉아있는 어여쁜 마음이 푸른 하늘 위로 하늘하늘 날아오른다. 어디서 힘을 얻으랴 - 정현종 의자에 앉아서 의자를 그린다 마음은 항상 어여쁜 힘이 필요하다 결국 길이 없다 내가 그린 의자 속에 들어가 앉는다 현실의 의자는 인제 편안해지기 시작한다 앉는 데마다 청풍(淸風)이 일는지도 모른다. 香氣 - 떠다니기 강주영 작가는 꽃을 그린다. 단순한 꽃이 아니라 꽃들로 가득한 숲을 표현한다. 꽃 숲의 꽃들은 혼합되지 않..
2021.03.05 21:06 -
봄이 와 - 어쿠루브
싱그러운 봄 싱글 "봄이 와" 시원스러운 바운스 리듬에 상쾌한 멜로디가 듣는 내내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며 한번 듣고 나면 멜로디가 귓가에 입가에 계속 맴도는 중독성이 짙은 곡이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제목인 `봄이 와`는 이전 어쿠루브와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하고 있는 곡으로 최고의 뮤지션들이 참여한 풀 밴드 사운드에 브라스까지 얹어진 화려한 편곡이 매력인 곡이다. 봄이 와 (Spring Is Here) - 어쿠루브(Acourve) 봄이 와 아 아 봄이 와 아 아 봄이 와 아 아 봄이 오네요 그대 향기를 닮은 포근한 햇살이란 이불을 덮어 기나긴 겨울이 지나 오늘의 꽃이 피는 날 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어 사랑인가요 그대 나와 같나요 벚꽃이 춤을 추는 어느 봄날에 모든게 될 것만 같아 거리엔 많은 사람들 ..
2021.03.03 18:27 -
봄이 오는 소리 - 우쿨렐레 피크닉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마음. 지나온 괴로움들은 함께 털어버리자며 어깨를 도닥여주는 친구가 필요하다면, 우쿨렐레 피크닉의 새 노래 [봄이 오는 소리]와 함께 이른 봄맞이 산책길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봄'을 맞이하는 길목에서, 하늘을 바라보자. 가만히 눈을 감아보자. [봄이 오는 소리]가 생생하게 귓가에 들려온다면, 이제부터 당신의 봄은 시작이다. 봄이 오는 소리(Feat. 계피) - 우쿨렐레 피크닉(Ukulele Picnic) 봄이 오는 소리 앙상한 나뭇가지 위로 봄이 오는 소리 사르륵 눈 녹는 소리 후드득 녹는 고드름처럼 차가웠던 맘도 보내자 눈 녹는 놀이터에 늘어나는 아이들 웃음소리 커져가네 따스한 햇살의 창가 담장 위 늘어진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는 어색함에 뚜뚜루 콧노래가 흘러 (뚜뚜루뚜 바바바밤!..
2021.03.02 14:22 -
아무도 이별을 사랑하지 않지만 - 허수경
아무도 이별을 사랑하지 않지만 한 때 이별을 고하던 시절이 있었지. 사랑을 하다 보면 아프고 슬프고 애달프지. 시간이 흐르면 한 시절 그러한 때가 있었노라고 무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 마치 떨어진 꽃잎이 바람에 쓸려가고 뒹구는 낙엽이 빛바랜 계절에 묻혀가듯 사랑도 이별도 퇴색되는 거지. 아무도 이별을 사랑하지 않지만 한송이 꽃과 같이 사랑도 이별도 피어나고 지는 거지. 아무도 이별을 사랑하지 않지만 - 허수경 “그렇네. 이제 이야기로만 남아버린 한 시절.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버린 한 시절을 떠올리면 우린 깜짝 놀라지, 그런 때가 있었나,라고. 정말?이라고 되물으며 그 시절을 돌이키면 그 시절과의 이별은 아주 긴 시간 동안 우리 속을 서성이다가 마치 신발을 들고 조용히 사라져 버린 손님처럼 우리 바깥..
2021.02.25 17:51 -
잊는 일 - 손택수
시간 위의 모든 일은 잊혀지고 있는 일이다. 잊지 못할 것 같은 가슴 저미는 사랑도 잊혀지는 일이고 잊지 못할 것 같은 가슴 아픈 과거도 잊혀지는 일이다. 시간 위의 모든 일은 있고 잊는 일이다.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무던하게 그렇게 헤아리고 다스려 세상사 잊으며 살아나가는 것이다. 잊는 일 - 손택수 꽃 피는 것도 잊는 일 꽃 지는 일도 잊는 일 나무 둥치에 파넣었으나 기억에도 없는 이름아 잊고 잊어 잇는 일 아슴아슴 있는 일 모든 형상은 사라질 것을 예비하지만, 그 빈 자리는 다시 새롭게 채워지리라는 기대가 만들어내는 매혹, 그러나 근원에서는 두려움을 동반한 기대치가 역설처럼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는 매우 훌륭한 시인이기도 하다. 익히 나는 그가 회화적 언어의 추상성과 시적 언어의 회화성을 결합하는..
2021.02.25 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