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볕 좋은 날 - 이재무

詩契

by 다채로운 켈리 2020. 10. 3. 23:41

본문

MOSHEKWA LANGA Arone (Das kind)
Andrew Kreps Gallery, MOSHEKWA LANGA Arone (Das kind), 2017 Mixed media on paper, Image source: Sotheby's auctions

 

볕 좋은 날 - 이재무

 

볕 좋은 날
사랑하는 이의 발톱을 깎아 주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부은 발등을
부드럽게 매만져 주리
갈퀴처럼 거칠어진 발톱을
알뜰, 살뜰하게 깎다가
뜨락에 내리는 햇살에
잠깐 잠시 눈을 주리
발톱을 깎는 동안
말은 아끼리
눈 들어 그대 이마의 그늘을
그윽하게 바라보리
볕 좋은 날
사랑하는 이의 근심을 깎아 주리

 

 

 

 


 

 

볕 좋은 날
by Agnesh

 

어린 시절 엄마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잠이 들 때면

따사로이 내려오던 한 줌의 볕이 있었다

 

햇살 아래 잠이 든 아이의 모습을 보며

엄마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노동에 지쳐 돌아올 남편의 처진 어깨

공부에 지쳐 돌아올 자식들의 허기진 마음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볕 좋은 날

가족 생각은 접어두고

마당에 피어있는 동백꽃 보며

어여쁜 미소 짓고 있었을까

 

내가 지금 바라는 한 가지 소망은

볕 좋은 날 무릎베개해주던 엄마 품으로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

 

 

 

 

반응형

'詩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늘이라는 말 - 허형만  (0) 2020.10.06
고요가 찾아왔다 - 박성우  (0) 2020.10.05
밤바람 - 도종환  (0) 2020.10.04
생업 - 윤효  (0) 2020.10.02
꽃비 - 이병률  (0) 2020.10.01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