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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 - 황경신

詩契

by 다채로운 켈리 2020. 10. 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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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Gauguin's Armchair(Vincent Van Gogh)
Paul Gauguin's Armchair,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88, 캔버스에 유채(자료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빈 의자 - 황경신

 

나는 여태 이렇게 비어있고

너는 여태 그렇게 비어있어

그러한 대수롭지 않은 운명으로 만나

대단치 않은 것 처럼 곁을 훔치다가

 

모든 것이 채워지는 인생은 시시하다고 중얼거리며

밀쳐내는 이유를 만들기도 하다가

붙잡을 것 없는 텅 빈 밤이면

너의 텅 빈 마음을 파고드는 꿈을 꾸기도 하다가

 

아직 이렇게 비어있는 나는

아직 그렇게 비어있는 너 때문인지도 모르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한다

조금 더 비워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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